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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조폐공사, 공직기강 이대로 괜찮나?

외주업체 기술인력 재직 확인 패스~ 적격심사위 의결도 패스~
수출용지 제조·관리 부실로 8억원 손실 발생, 허위인력 확인도 없이 적격업체 판정

김영호 기자 | 기사입력 2021/10/12 [22:02]

한국조폐공사, 공직기강 이대로 괜찮나?

외주업체 기술인력 재직 확인 패스~ 적격심사위 의결도 패스~
수출용지 제조·관리 부실로 8억원 손실 발생, 허위인력 확인도 없이 적격업체 판정

김영호 기자 | 입력 : 2021/10/12 [22:02]

  © 드림저널



[드림저널= 김영호 기자] 한국조폐공사가 사업 운영 과정에서 공직기강 해이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품질 미흡의 수출용지 시제품에 적정 판정을 내려 전량 손품처리를 하는 것은 물론 외주업체적격심사위원회 의결도 거치지 않은 채 내부결재로만 적격심사 결과를 확정하기도 했다. 심지어 허위 재직증명서 미확인으로 부적격 업체가 적격업체로 둔갑하기도 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주영 의원(더불어민주당, 김포시갑)이 12일 한국조폐공사 2019~2021년 감사 결과와 처분요구서를 확인한 결과 업무 부당처리 사실이 여러건 확인됐다.

 

조폐공사는 지난해 8월 수출용 용지 시제품 인쇄 테스트 결과를 발주처 피드백을 받지도 않은 채 적정판정을 내려 본제품을 생산했다. 그러다 본제품 생산 이후인 10월 20일 수요처로부터 시제품 부적합 판정을 통보받았고, 생산한 본제품을 재검사한 결과 품질 부적합으로 전량 손품처리해 약 8억원 상당의 손실이 발생됐다.

 

외주업체 적격심사 과정에서의 문제도 다수 드러났다. 조폐공사 구매계약 입찰공고에 따르면 외주업체 적격심사 담당자는 규격입찰서류에 기입된 내용 확인을 위해 현장실사시 해당 분야 기술 인력 근무여부를 확인하고, 현장실사 결과가 규격입찰 서류와 다를 경우 관련 증빙자료를 제출받아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조폐공사는 2019년 2월 메달세트 제작 구매계약 진행 과정에서 입찰참가업체 A가 제출한 규격입찰서류상의 기술인력이 현장실사시 달랐음에도 근무기간 및 재직 등 사실 여부를 증빙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받지 않고 확인도 않은 채 그대로 평가에 반영했다. 해당 업체는 공사와 그해 3월~5월까지 2억원가량의 메달세트 제작 계약(1차 구매계약)을 체결했고, 2020년 종합감사에서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 직원 4명이 징계(경고)를 받았다.

 

조폐공사는 A업체와 2019년 9월 메달세트 외주가공 계약(2차 구매계약)을 체결하며 외주업체적격심사위원회 의결도 거치지 않은 채 내부결재로만 적격심사 결과를 확정했다. 입찰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절차에 따라 규격입찰적격자 선정 업무를 수행해야 함에도 앞서 기술인력 미확인 문제가 발생한 1차 구매계약 적격심사 결과(적격)로 갈음, A업체는 1차 계약에 이어 2차 구매계약 역시 따내며 메달세트 제작 계약을 체결했다.

 

외주가공업체 선정 과정에서 입찰에 참가한 업체가 제출한 허위인력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부적격 업체가 적격 판정을 받은 사례도 드러났다.

 

‘2019년 감사원 감사 자료’를 확인한 결과 조폐공사는 2018년 ‘근속기념메달 및 소형금메달 외주가공 연간단가 계약’에 대한 입찰을 진행하며 B업체가 재직증명서를 제출하지 않아 재직자로 볼 수 없는데도 이를 검증하지 않은 채 근무기간 점수를 산출했다.

 

B업체는 허위인원 3명이 실제 재직 중인 업체의 4대 사회보험 명부를 제출했음에도 공사는 이를 확인하지 않은 채 적격판정을 내렸다. 허위인원을 확인했다면 B업체는 근무기간 평가 0점으로 부적격 판정 대상이었다. B업체는 2018년 6월부터 2019년 6월까지 총 128억9,300백만원가량의 근속기념메달을 공사에 납품했다.

 

조폐공사가 거래 위험성을 알고도 목표 달성을 위해 분할계약으로 감사를 피하다 194억원의 손실을 본 것도 모자라, 이 손실마저도 상임이사 전결로 처리해 은폐하고 변제기한을 연장한 사실도 드러났다.

 

지난 2016년 공사는 수익 창출과 한국 문화콘텐츠 확산을 위해 ‘불리온’ 메달사업을 시작했다. ‘불리온’은 금이나 은에 국가 상징물 등을 새긴 귀금속으로, 수집용이나 재테크 수단으로 쓰이는 메달과 주화 같은 상품으로 구매를 의뢰하면 조폐공사가 먼저 메달을 제작해주고, 나중에 판매 대금을 지급받는 형태로 사업을 진행해왔다.

 

공사는 코로나19로 인한 국제 경제상황의 리스크를 인지하면서도, 다른 사업 실적이 부진하다는 이유로 2020년 11월 메달 매출 목표치를 되려 700억에서 800억원으로 상향하는 무리수를 뒀다. 당시 유일한 수요처였던 T 업체의 실질적인 대금지불 능력을 확인하지도 않은 채 이뤄진 결정이었다.

 

문제는 T 업체가 2020년 하반기, 코로나19로 인한 금 시세 및 환율 하락 등을 이유로 26차례에 걸친 구매 대금 194억원을 주지 않으면서 발생했다. T 업체는 코로나19 이전에도 재무건전성이 좋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사는 2016년 사업 초기부터 거래해왔다는 이유로 T 업체와의 거래를 지속했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말 기준으로 T 업체의 부채비율은 1,800%에 달할 정도로 높았다. 결국 업체는 2020년 9월말 기준 부채가 220억원에 달해 자산총계 121억원을 뛰어넘어 채무초과 상태에 빠지게 됐고, 11월 대규모 대금 미납 사태가 일어났다.

 

이를 인지한 총책임자이자 상임이사인 ㄱ씨는 막대한 재무적 손실이 염려됨에도 불구하고 상임감사와 사장에게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심지어 담당 직원들에게 “당분간 관련 내용을 함구하라”고 지시했다. 재무팀장에게도 ‘단순 입금지연’이라고 허위 내용을 전달해 사고 발생 사실을 적극적으로 은폐했다.

 

다른 상임이사 ㄴ씨는 ㄱ씨와 함께 사건을 인지한 후, 충분한 검토도 없이 당일 곧바로 채무변제계약과 공증을 통해 매출채권을 회수한다는 기본방침을 결정했다. 그리고 공사의 내부 통제 절차 없이 독단적으로 해당 업체와 채무변제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변제기한을 10년 연장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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